떠오르는 기업가 에리카 슈베르츠는 관광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무인도를 사서 별장을 짓고, 멋진 휴양지로 바꿔놓았지요. 지상 최고의 낙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점검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법. 에리카는 사전 점검을 위해 주변 사람들 중 몇 명을 엄선하여 초대장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어느 여름날, 당신에게 편지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편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친애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결코 잊을 수 없는 여름휴가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부디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세요.
고용인인 당신
에리카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당신은 1주 동안 당신은 모로스 섬에 있는 저택에 초대받았습니다. 당신은 그저 일주일간의 휴가를 즐긴 뒤, 설문조사에 참여하기만 하면 됩니다. 오직 1주 동안의 짐만 챙기세요. 남은 모든 것은 에리카가 준비해 두었으니까요! 혹시 모르니, 당신을 보좌해 줄 멋진 사용인 한 명과 동행하는 것도 좋겠지요.
사용인인 당신
1주 동안 당신은 모시는 분과 함께 모로스 섬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주인 되시는 분을 잘 모실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틈을 잘 노린다면, 주인보다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정오의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항구에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발을 내딛었습니다. 마중 나온 리무진을 타고 저택으로 향하니 저택의 사용인들이 당신을 반기는군요. 집사는 웃으며 모두에게 방 열쇠와 저택 사용 수칙이 적힌 안내서를 건넵니다. 자 그럼, 즐거운 일주일을 보내 볼까요?
* * *
그리스 본토에서 크레타 섬 저 너머로 가야 만날 수 있는 자그마한 모로스 섬. 원래는 무인도인 것을 한 자산가가 사들인 후 별장으로 사용할 저택을 짓고, 아름답게 가꾸었습니다. 덕분에 평소에는 저택을 관리하는 몇몇 사람 말고는 섬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배는 하루에 한 번, 오전 12시에 크레타 섬의 항구에서 출발합니다. 배 두어 척을 댈만한 작은 항구에서 걸어서 15분, 차를 타고 5분을 가면 목적지인 근사한 저택이 있습니다.
저 멀리 따가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하얀 백사장과 쪽빛 바다가 위치해 있습니다. 해수욕을 즐기기 좋아 보이네요! 백사장을 지나, 조금 더 가면 근사한 저택이 있습니다. 파란 열매를 머금은 입구 근처의 올리브나무들이 손님들을 맞이하는 것만 같습니다. 크기가 꽤 되는 것으로 보아, 옮겨 심은 것이 아니라 섬에서 자생하던 나무들 같습니다. 저택의 뒤로는 작은 언덕을 지나 절벽이 있습니다. 언덕의 낮은 쪽에는 이제 막 열매를 맺기 시작한 파랗고 작은 오렌지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오렌지 과수원과 조그마한 텃밭이 있습니다. 제철 채소들이 싱그러운 빛을 뽐내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네요.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푸른 잎을 뽐내는 나무들 사이로 새파란 바다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요, 절벽입니다! 가파른 절벽은 곧장 바다로 이어지니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절벽 위에는 오래 전에 지어진 붉은 색의 낡은 등대가 있습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등대인지라 곳곳에 녹이 슬어있고 불은 들어오지 않지만, 낮에는 배들에게 모로스 섬 근처임을 알려주는 훌륭한 지표 역할을 한답니다.
항구에서 보트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아볼까요, 작은 섬이니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특별한 것이 있다면 절벽 아래, 바다와 맞닿은 부분에 파도 때문에 생긴 침식 동굴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만약 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수영에 자신이 있다면, 자연이 만든 이 신비로운 동굴을 탐험하는 것도 나쁜 경험은 아닐 겁니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밤에 이 동굴 안에서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모로스 섬이 무인도였던 것은 아닙니다. 모로스 섬이 무인도가 된 이유에 대하여 하나의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의 시작은 신들이 인간사에 관여할 수 있었던,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모로스 섬에는 켈로피오 왕이 다스리는 비토 왕국이 있었다고 합니다. 비토 왕국은 모자란 것 하나 없이 풍요로웠지만 물살이 거세 다른 나라와 무역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떠난 배의 절반 이상은 돌아오지 못했다고도 하지요. 그래서 켈로피오 왕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젊은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육지로 가는 길을 만들어달라 빌었습니다. 포세이돈은 크레타 섬과 모로스 섬을 잇는 육로를 만들어주는 대신, 켈로피오 왕의 아름다운 딸, 필로카스테를 자신에게 바칠 것을 요구했습니다. 켈로피오 왕은 그러겠다고 대답했지만 딸을 바치고 싶지 않아 딸과 닮은 시녀를 포세이돈에게 바쳤고, 사실을 알고 분노한 포세이돈은 섬 근처 바다에 암초를 만들고 물살을 더욱 세게 하여 아무도 비토 왕국에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비토 왕국 사람들은 포세이돈의 제단을 부수었고, 신의 분노가 내린 섬에는 전염병이 돌았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간신히 도망쳤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죽어 현재는 무인도가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실제로 모로스 섬의 주변에는 암초가 많고 물살이 거센 탓에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걱정 마세요! 카잔차키스는 훌륭한 선장으로, 여러분을 안전하게 모로스 섬까지 모실 것입니다. 그가 운행하는 12시 배편을 놓치면 다른 배로는 모로스 섬에 갈 수 없으니 시간을 꼭 지켜주세요!